원숭이의 해, 위기의 터널을 재치와 기지로 극복하라
김난도 교수가 선정한 2016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와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트렌드 코리아 2016(김난도, 전미영, 이향은, 이준영, 김서영 著)’을 통해 2016년의 소비트렌드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멍키 바(MONKEY BARS)’라는 키워드로 올해의 10대 소비트렌드를 예측했다. ‘멍키 바’는 어린이 놀이터나 군대 유격장에서 볼 수 있는 구름다리를 말하는 것으로, 2016년 대한민국을 둘러싼 정치·사회·경제적 위기의 깊은 골을 원숭이가 구름다리를 넘듯 신속하고 현명하게 무사히 건너 안정된 2017년에 도달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은 키워드이다.
김난도 교수는 이번 10대 소비트렌드 중에서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Knockdown of Brands, Rise of Value for Money)’을 핵심 단어로 손꼽았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후광효과 대신 ‘가격 대비 성능’에 집중하기 시작하며 ‘사치의 시대’가 가고 ‘가치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아예 브랜드가 없는 브랜드인 ‘노브랜드’가 각광받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내용과 품질을 먼저 따지고 브랜드는 뒷전이 되어가고 있다. 소비자는 이미 브랜드의 후광이 아니더라도 객관적으로 품질은 판단할 정도로 정보에 민감하고 똑똑해져 있다.
김 교수는 계속되는 불경기 속에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확산이 이러한 브랜드의 몰락을 가져왔으며, 이런 시대에는 핵심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의 약진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또 주목해볼 만한 키워드인 ▲‘플랜 Z 소비(Make a Plan Z)’는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SNS의 영향, 여기에 계속되는 사건사고로 인한 사회적 트라우마가 낳은 전반적인 불안과 불신 세 가지 배경을 모두 담고 있다. ‘플랜 Z’는 최선인 플랜 A, 차선인 플랜 B가 모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최후의 보루를 뜻하는 것으로, 일명 ‘구명보트 전략’이다. 풍요와 빈곤이 극적으로 교차되는 시대에 나타나는 플랜 Z 소비는 ‘통장 잔고가 0원일지라도 삶은 우아하게’를 모토로 삼는, 순간의 행복에 충실한 세대의 등장을 예견한다.
플랜 Z 소비로 인해 ‘B급 상품’이 뜰 전망이다. 못난이 과일, 리퍼브 전자제품 등 차선책 상품들의 수요가 높아진다. 일반세일이 아닌 샘플세일이 뜬다. 광고 촬영이나 홍보 전시 등에 쓰였던 제품 혹은 제조과정의 실수로 흠집이 있는 제품을 더욱 할인된 가격에 산다. 중고물품 거래도 활발해진다. 중고로 사고 중고를 또 되파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또 용량이 큰 제품을 저렴하게 사서 여러 명이 나눠서 가져가는 소분시장이 트렌드가 된다. 개인정보 제공이나 광고 노출을 감수하면서도 각종 행사, 포인트 지급 등을 찾아 혜택을 골라먹는 체리피킹 족이 늘어나며, 미끼 상품에 관심을 가지고 2~3명이 함께 모이면 적용받는 아주 작은 혜택이라도 받으려는 이들도 늘어난다. 이러한 소비트렌드는 극단적 불황을 반영한다. 누가 소비자에게 ‘구명보트’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사도 갈리게 된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사건으로 집단적인 불안장애가 나타나는 ‘과잉근심사회, 램프증후군(Over-anxiety Syndrome)’ ▲인터넷의 영향력 확대로 무섭게 성장하는 ‘1인 미디어 전성시대(Network of Multi-channel Interactive Media)’ ▲개념소비가 또 다른 과시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현상을 가리키는 ‘연극적 개념소비(Ethics on Stage)’ ▲척박해지는 도시생활 속에 친환경주의적·생태주의적 삶을 실천하려는 ‘미래형 자급자족(Year of Sustainable Cultural Ecology)’ ▲불만스러운 현실에 대한 도피처로 자극적인 것이 주목받는 ‘원초적 본능(Basic Instict)’ ▲소셜네트워크(SNS) 시대에 온라인상에서라도 그럴싸하게 보이고픈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All’s Well That Trends Well)’ ▲ 젊은 부모들이 마치 설계도면처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아이를 기르는 ‘아키텍키즈,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Rise of Architec-kids)’ ▲성별, 연령, 소득, 지역 대신 비슷한 취향을 중심으로 모이는 ‘취향공동체(Society of the Like-Minded)’ 등이 2016년 소비트렌드로 전망됐다.
/ 이고은 기자 pearl@diamonds.co.kr
/출처 : 귀금속경제신문(www.daimo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