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처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작성자
davis

작성일
2018-07-03 10:52

조회
5001

– 루비, 사파이어, 탄자나이트 등은 열처리에 대해 관대, 다이아몬드 고온고압처리는 같은 열처리임에도 냉대 –

 

1990,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과학의 급속한 발전은 천연보석 시장의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

보석의 처리 기술은 때로 보석의 품질을 높이는(Enhancement) 역할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반면에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 1999년 초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사는 고온고압처리(이하 HPHT)로 Type Ⅱa 갈색 다이아몬드를 무색 다이아몬드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비밀리에 개발해 당시 미국 GIA 감정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GIA도 당시에는 속수무책으로 이 HPHT 처리된 천연다이아몬드를 천연 다이아몬드로 오인해 평상시와 같이 감정서를 발급해주었다. 당시로선 HPHT 다이아몬드에 대해 감별 능력이 없던 GIA로서는 사건이 알려지고 난 뒤 큰 사회적인 이슈로 이 사건을 여론화했다.

결국 나중에 일이 잘 수습 되어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협조하에 기존 감정서가 폐기되고, 이후 GIA가 감별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감별연구에도 큰 도움을 주었지만 이 사건 이후 전 세계 보석 감정소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각종 연구발표가 봇물을 이뤘고 처리 보석에 대한 세미나도 국내외로 활발하게 개최되기 시작했다. 국내 감정원들에게도 이 때가 고가 첨단 감별 장비를 구비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현재 이 HPHT 처리기술은 여러가지 타입의 다이아몬드를 무색을 비롯한 옐로우, 오렌지, 그린, 핑크 등으로 다양하게 변환시킬 수 있을 뿐더러 처리후 어떠한 색변화 없이 영구적으로 안정된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현재 GIA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보석감정소가 이 HPHT다이아몬드에 대해서 ‘처리’란 명기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드비어스 또한 이 HPHT다이아몬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석업계는 루비나 사파이어에 대해서는 오히려 매우 다른 잣대를 가지고 있다.

루비에서의 열처리가 처리의 오명을 벗는데 30년이 걸렸다고 하나, 루비에 있어서의 열처리는 다이아몬드에 비할 것이 아니다. 열처리로 인한 부가가치 창출은 처리 업자들에게 천문학적인 부를 안겨주고 있다.

최근들어 전혀 처리를 하지 않은 ‘노히팅’ 루비가 부각이 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루비에 있어서 열처리는 관대한 대우를 받고 있다. 태국에서 활동하는 모 유색보석 딜러는 “태국의 업자들이 열처리로의 대박에 대한 환상을 못잊어 끊임없이 새로운 처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하고 한때 시장을 교란시켰던 함침루비가 그 단적인 예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루비의 열처리는 용인되고 다이아몬드의 열처리는 왜 인정이 안 되나? 그것은 ‘보편적이냐 보편적이지 않느냐’에 달린 문제이다.

이미 루비의 열처리는 기정 사실화 되었으며 다이아몬드에 있어서는 HPHT 처리 다이아몬드는 시장에서 여전히 소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100여년 전 시장에 양식진주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도 시장의 반발은 매우 컸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양식된 아코야 진주가 100% 표백과 조색이라는 가공 과정을 거치고 있음에도 감별서상에 아무런 처리 표기를 하지 않는 것은 이 또한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타 보석에 비해 형평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시장에서 오랜기간의 검증을 거쳐 인정하기로 한 국제적인 약속이다.

이밖에 처리가 되었음에도 천연과 같이 인정받고 있는 보석들이 무수히 많다. 때로는 처리가 되었음에도 고지를 하지 않는 경우도 수두룩하고, 처리가 되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선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다수의 토파즈가 방사선 처리(대부분의 블루컬러)나 열처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들어 감별서상에 ‘통상 청색은 조사가 되고 있다.’란 코멘트를 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다이아몬드나 진주시장에서는 크게 문제시되는 ‘방사선 처리’가 토파즈 시장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시장에서 유야무야 인정되고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토파즈는 사전에 황옥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갈색이나 무색, 황색 계열이 대부분이며 청색일지라도 매우 엷은 색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토파즈를 선명한 청색으로 알고 있는 것은 처리된 토파즈를 천연의 색상으로 오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자나이트 또한 많은 경우 갈색의 조이사이트를 열처리해서 만들어지며 블루 지르콘 또한 짙은 적색의 지르콘을 열처리해서 만들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호박의 ‘금파’도 열처리로 만들어지며 호박속의 ‘Sun Spangle’ 또한 열처리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다.

시중의 레몬 쿼츠나 모거나이트, 쿤자이트 등도 경우에 따라 방사선 조사처리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시장에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경우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베릴륨 처리 사파이어는 천연 색상과 혼재되어 유통이 되고 있고 일반 열처리 사파이어에 비해 과도하게 폄하되어 있는 경우이다.

현재 옐로우 사파이어의 경우는 유통되고 있는 전체 옐로우 사파이어 중 절반이상이 베릴륨 사파이어로 추정되고 있으며, 오렌지 사파이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베릴륨 사파이어는 현존하는 보석 중 가장 감별이 어려운 보석에 속하고 해외에서 구매할 경우 현지 업자들이 판매하고 있는 사파이어가 천연색상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베릴륨 처리 사파이어를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해외에서 천연색상으로 구매한 사파이어가 베릴륨 처리 사파이어로 판명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특히 1캐럿 미만의 감별서 없이 유통되고 있는 사파이어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하겠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블루 사파이어까지 베릴륨 처리가 되고 있어 앞으로 사파이어 유통에 매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베릴륨 사파이어도 어찌보면 열처리의 일종이고 영구적으로 색상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고지하고 판매하는 경우라면 너무 과도하게 거부감을 갖는 것은 다른 보석과의 형평상 맞지 않는 일이다.

출처/ 귀금속경제신문,  김태수 편집장